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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기자

 

시간을 달리는 소녀란 영화가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 마코토는 일반 사람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다. 바로 타임리프(time leap)를 할 수 있는 능력이다. 타임리프란 시간을 과거로 돌린다는 뜻이다. 되돌린다는 뜻의 영어단어 ‘replay’와 시간을 의미하는 ‘time'을 합친 말이라고 한다.


요새 시간이 참 잘 간다. 정신없이 신문을 뒤지고, 기사를 쓰다 보면 어느새 4 30분이다. 내일 쓸 발제를 찾느라 신문을 뒤지고, 잘 돌아가지도 않는 짱구를 돌려가며 혼자 버둥대다 보면 시침은 이미 9시를 가리키고 있다. 돌아가는 지하철 안. 잠에서 깨어난 지 14시간 만에 생각한다.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흘러갔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럴 때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나오는 마코토처럼 시간을 되돌려 오늘 흘러간 시간을 다시 회상해보고 싶은 욕구가 차오르곤 한다. 보도자료 몇 개를 처리했을 뿐인데 오전이 끝나버렸고, 발제를 처리하다 보니 오후가 끝나버린 상황이 가끔은 이해가 안 간다. 눈 하나 깜빡하면 쏜살같이 사라져버리는 하루를 되돌려, 어디 시간 도둑이란 녀석이라도 없나 눈에 쌍심지를 켜고 감시라도 하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내겐 마코토처럼 지난 일기장을 펼치는 식으로 시간을 되돌릴 타임리프 능력이 없다. 어제와 그제 기자 수첩에 메모해둔 업체 연락처와 관계자 멘트는 마코토의 일기장처럼 여전히 남아있을지 몰라도, 그때로 돌아갈 순 없다. 그런데도 불가능한 걸 욕망하는 이유는 그만큼, 시간을 붙들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생 시절,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했던 터라 부산과 서울을 오갔던 경험이 잦다. 아르바이트로 어렵사리 번 푼돈을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KTX에 버리다시피 써가며 느낀 게 하나 있다면, 서울과 부산에서 시간 흐르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하늘 아래 21세기 한국이라는 시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유독 서울에서는 시간이 빨리 흐른다.


그런데 지금, 그게 약과란 걸 깨달았다. 가뜩이나 빨리 흐르는 서울의 시간이지만, 기자의 시간은 그보다 훨씬 빠르다. 눈 깜짝하면 코 베어 가는 서울도 눈 깜짝하면 하루가 사라져버리는 기자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인 마르코의 일기장이 절실한 요즘이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니. 시간을 되돌려서라도 그 일주일의 행방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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