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려는 자 혹은 밝히려는 자 취재하기 위해 전화를 돌린다. 수화기 너머 누군가가 전화를 받는다.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신문에 송진우 기자라고 합니다.”라고 운을 뗀다. 전화한 이유를 간단히 밝힌다. 수신자는 가만히 송신자의 문의 사항을 듣는다. 말을 끝마친 뒤, 잠깐의 정적. 수화기 너머 누군가가 둘 중 하나로 변하는 시간이다. 숨기려는 자 혹은 밝히려는 자로. 지금부터 딱 10일 뒤, 수습 딱지를 뗀다. 기자 인생으로 치자면 아직 걸음마도 떼지 않은 단계지만, 이제 전화를 걸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상대방이 반가워할 것인지 꺼림칙해하며 답변을 얼버무릴 것인지. 가령 신제품 출시나 사업 매각 건에 대해서 물으면 홍보팀에서는 이미 방어하는 자세를 취한 채 답변을 내놓는다. “사내 업무 기밀유지를 위..
안녕하세요.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2일 GS건설이 경기 안산시 사동에 ‘그랑시티자이 2차’ 견본주택을 열었다. 세간에 떠도는 ‘부동산 경기 불황설’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방문객이 견본주택 현장을 찾았다. 갓 결혼한 젊은 신혼부부부터 황혼의 노년을 준비하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모델하우스 현장에는 첫날부터 견본주택 유니트를 구경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던 터라 관람을 위해선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쉽게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궁금했다. 묻고 싶었다. 무슨 연유로 이곳까지 찾아왔는지 그네들의 속사정이 궁금했다. 유니트 전시관에서 유독 주방 내부 이곳저곳 세심히 둘러보던 젊은 커플에게는 “뭘 그렇게 보고 있으세요?”라고, 건물 조감도를 ..
이름을 알면 이웃, 색깔을 알면 친구, 모양까지 알면 연인이 되는 비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 아, 이것은 비밀 시 전개에 맞춰보자면 나와 이 회사는 이제 막 이름을 알고 난 사이다. 통성명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웃이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처음이 힘들 듯, 그 이름에 익숙해지기가 꽤 힘이 들었다. 5월 26일 저녁. 첫 출근한 날로부터 꼬박 4일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4일 중 이틀은 머리가. 나머지 이틀은 몸이 아팠다. 취업계를 인정해줄 수 없다는 교수님의 단언은 칼 같았다. 최근 참석한 교무회의에서 수업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의 출석을 교수 재량으로 인정해주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