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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2GS건설이 경기 안산시 사동에 그랑시티자이 2견본주택을 열었다. 세간에 떠도는 부동산 경기 불황설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방문객이 견본주택 현장을 찾았다. 갓 결혼한 젊은 신혼부부부터 황혼의 노년을 준비하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모델하우스 현장에는 첫날부터 견본주택 유니트를 구경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던 터라 관람을 위해선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쉽게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궁금했다. 묻고 싶었다. 무슨 연유로 이곳까지 찾아왔는지 그네들의 속사정이 궁금했다. 유니트 전시관에서 유독 주방 내부 이곳저곳 세심히 둘러보던 젊은 커플에게는 뭘 그렇게 보고 있으세요?”라고, 건물 조감도를 내려다보며 한참을 생각에 잠긴 노년의 부부에게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계신가요?”라고 묻고 싶었다. 아기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은 어머니와 홀로 멀뚱멀뚱 인테리어를 살펴보는 중년의 사내에게도 어떻게 이곳을 찾게 됐는지, 실제로 본 소감은 어떤지 묻고, 또 묻고 싶었다.

 

 

이전에도 그랬던 적이 있다. 가만히 카페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는 사람이나 공원 한쪽에서 그림에 몰두하고 있는 노인을 마주할 때면 뭘 하고 있으며 왜 하는 건지, 또 어떤 사연을 지녔는지 묻고 싶었던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막상 다가가도 내겐 물을 명분이 없었다. 난 그저 한 명의 보통 사람에 불과했다. 괜히 그들에게 다다가 말을 거는 게 그들의 개인 시간을 침해하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차마 그러지 못했다.

 

허나 이제 난 그 권한을 얻었다. 기자란 직업은 그런 거니까. 사장님이 말씀했듯이 기자에게 호기심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까. 물론 기자가 다가가 묻는다고 해서 그네들의 속사정까지 전부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느닷없이 기자가 다가왔을 때 일반인이 품을 경계심을 모르는 게 결코 아니거니와 사람에게는 누구나 터놓고 싶지 않을 이야기 한둘쯤은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거다. 최소한 이제 나는 낯선 이에게 다가가 뭔가를 물을 수 있는 사람, 기자가 됐다는 것.

 

언젠가 나도 기성세대가 되고 소위 말하는 꼰대가 돼 묻기보다는 말하기를, 주장하기만을 고집할 날이 올지 모른다.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 때 얼굴에 입은 하나지만 귀는 두 개를 만든 이유를 잊을 날이 올지 모른다. 그러니 그때까지 기자라는 탈을 쓰고 끈질기게 묻고 또 묻겠다.

 

안녕하세요.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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