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한 원작 느낌 그대로 스크린으로, 트레버 넌 오래 전부터 소설, 희곡 등 활자화된 문학 작품은 영화 각색의 주된 대상이 되곤 했다. 영화로 소위 ‘대박’을 쳤다고 부를 법한 것들, 가령 이라거나 같은 것들 역시 소설이 원작이었다. 순수 창작 영상물이 아닌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다음의 질문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원작을 얼마만큼 살릴 것인가?”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연출자의 역량이다. 셰익스피어의 5대 희곡 중 하나인 『십이야』를 1996년 영화 로 각색한 영국 감독 트레버 넌은 위의 질문에 뭐라고 답했을까. 필자의 견해로 예견해 보자면 아마 “원작을 살릴 만큼 충분히 살리되, 현대의 입맛에 거부감이 없도록 만들려고 했다.” 정도로 대답했을 것이다. 영화를 이미..
클래식 오슨웰즈 일본 전국시대의 주(主)무대였던 쿄토, 오사카 등지를 걷다 발견한 스코틀랜드 음식점. 외관과 달리 내부 인테리어는 동양적 색채가 짙은 일본풍이다. 고픈 속을 달래기 위해 스코틀랜드 전통음식 하기스(haggis)를 주문했다. 하기스는 양 내장 요리라고도 불리는데, 양의 심장, 간, 폐 그리고 야채와 오트밀로 속을 만들어 양의 위장에 넣고 쪄내는 음식이다. 메인 메뉴인 하기스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한 입 베어 무는데, 이게 웬일. 소스가 미소(味噌)를 살짝 가미한 일본식이다. 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따라 나온 사이드 메뉴들도 일본식 스끼다시였다.오슨웰즈의 를 보고 구로사와 아키라의 을 감상한 느낌은 딱 위의 상황, 일본에서 스코틀랜드의 전통음식을 주문해 먹는 것 같았다. * 스코틀랜드 전..
흔히 연극의 3요소라 하면 희곡, 배우, 관객을 일컫는다. 그간 대학교란 공간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면서 학생들이 자체 제작한 연극 혹은 연극부 동아리가 주최한 연극을 몇 개 본 적이 있다. 학업과 병행하며 바빴을 그들의 노고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학생연극을 볼 때마다 느낀 건 희곡, 배우, 관객 중 유독 희곡이 두드러진단 점이었다. 꽤 머리가 큰 학생답게 그네들은 주로 부조리극 혹은 사회풍자극을 택해 공연을 올렸고, 다소 어리둥절한 상태로 끝난 연극을 보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희곡의 의미를 해석하느라 머릴 싸매곤 했다. 열연했고 또 그만큼의 준비했을, 연극의 한 요소인 ‘배우’들은 아쉽게도 연극 내에서 그 희곡을 전달하는 매개체에 지나지 않았다. 서툰 학생연극을 일부러 찾아 ‘관객’란 요소를 채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