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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단상

JinooChinoo 2017. 1. 17. 20:33

"세월x"란 다큐를 보고 생각난 글.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두어 주 가량 시간이 지난 뒤, 분향소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느낀 감정을 정리한 글. 한동안 괜시리 마음이 착찹해 이렇게라도 달래보고자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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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토) ~ 28.(월) 주말 내내 우울했다. 차랄히 보지 않았어야 했는데. 한번 봐버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실상은 너무 참담했기에, 다른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미 지난 일이라 여기고, 내 일에만 집중하자는 식으로 위로를 해봤지만 소용없는 짓에 불과했다. 쉴 새 없는 YTN 방송 보도와 ‘썰전’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까지 이어지는 영상을 보며 붙박이처럼 앉아 티비만 응시했다. 나아지는 것 하나 없는 텔레비전만 봤다. 정말 그거밖에 할 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하는 대형여객선의 침몰. OCN, CGV 채널이 아닌 24시간 뉴스만 방영하는 YTN에서 되풀이됐다. 주인공이라 하는 선장이란 작자가 선박, 육지, 병원 그리고 경찰서까지 이르는 다양한 장면에서 연기를 선보였다. 주인공급 조연을 떠맡은 해경과 해운 선박의 실세, 이병언 일가도 종종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많이 출연했다고 알려진 학생들의 모습은 애닳토록 보이지 않았다. 실루엣조차. 애초부터 대사가 없었던 것이었는지, 출연 장면이 없었던 것이었는지 알 길이 만무했다. 끝내 그들은 출연 명단에만 이름을 올렸다.

수많은 관중과 관객들이 외쳤다. “저런 악역은 이제껏 없었다.”, “저런 상노무XX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려”. 수위는 갈수록 격앙됐다. 세월호 사건과 유사한 이탈리아 콘코르디아호 사건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선장이 2967년 형을 선고받았으니, 우리도 저정도는 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배후 조직에 대한 비난, 사후 대처가 미흡했던 정부와 해경을 향한 육두문자도 수없이 공기 중을 갈랐다. 그리고 27일. 하루종일 소란스럽던 팽목항 부근에 밤이 왔고, 비가 내렸다.

주저앉은 이들은 흥분과 화를 가라앉히거나 휘발시키기 위해 저마다 소주를 깠다. 큰 소리는 비에 묻혀 금세 그 위세를 상실했지만, 작은 소리는 빗줄기 사이사이로 낮게 퍼져나갔다. 낮은 웅성거림은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빗소리와 같이 잔잔히 이어졌다. 분위기가 가라앉자, 추웠는지 사람들은 하나 둘 자기만의 파카를 주섬주섬 챙겨 껴입었다. 낮에 내팽개친 울분의 외침은 그제야 메아리로 돌아와 사람들의 마음을 긁었다.

 ‘얼마나 잘랐는가. 뭐가 다른가. 확신할 수 있는가. 나는…’ 알콜은 기도를 타고 흘러 심장을 쑤셨다. 각자의 삶을 대변하는 주마등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비는 올곶게, 일정히 내렸다. 서서히 말수가 줄어 빗소리만이 남아 귓잔을 때렸다. 한 쪽에선 울음소린지, 빗소린지 하는 게 퍼져나갔다.

비마저도 멈춘 듯 했다. 누구하나 맘 놓고 숨 쉬는 이 없었다. 그 동작, 자세, 시선, 움직임에서 모두가 멎었다. 어느 어머니의 울음소리는 서럽게도 낮았다. 마이크 소리에 묻혀, 취재진에 가로막혀, 방문객들 발소리에 치여 들리지 않던 울음은 한차례 열기가 잦아들고 나서야 그렇게 사라들의 귀에 파고들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언제까지를 발설하는 이도 감히 없다.

28일. 부산 시청 한켠에 분향소가 차려졌다. 입을 앙다물고 손짓으로 헌화와 묵념하는 이들 몇몇이 오갔다. 주로 누추한 옷차림에, 조촐한 격식이 전부였다. 그네들에게 할 말 차마 할 수가 없었는지, 혹 너무도 대단했는지 메모 하나 전하지 못하고 재촉하는 걸음걸이들이 많았다. 들락날락하는 발걸음 위로는 바짓단이 젖어있었다. 묵념하고 돌아서자 손바닥보다도 작은 포스트잇이 기분 탓인지 꽤나 커 보였다. 벽면으로 위태롭게 달라 붙은 포스트잇엔 유독 ‘미안하다.’란 말이 크게 쓰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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