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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학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라고 한다.

강물이 분노하면 군주의 배라도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의 의미를 지닌다.

11월 말부터 일기 시작했던 광화문의 촛불을 빗댄 사자성어가 아닐까, 싶다.

추산하기로 200만 명 이상이 모였다는 광화문 촛불집회. 확실히 이전과는 달랐다. 지하철 역에서부터 촛불 든 사람들의 행렬로 발디딜 틈이 없었을 정도였으니. 늦은 시간까지 광화문 일대를 분주히 오가던 사람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님들. 목청 터져라 깃발 들고 행진을 이어나간 여러 단체들. "춥다.", "춥다." 하면서도 굳이 나온 사람들의 모습은 꽤나 감동이었다.


여기까지가 2016 대학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에 대한 감상평이었다면, 이제부턴 내가 뽑은 2016년 사자성어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식자우환(識字憂患)

풀어 쓰자면, 글자를 아는 것이 도리어 근심이 된다는 뜻이다.




총 두 방면으로 해석했다. 나와 같이 2016년 20대를 살아내고 있는 청년들의 관점에서 말이다.


첫 번째로는 취업에 대한 불안이다. 이제 4학년 1학기를 마치며, '스펙업'이니 '자소설'이니 하는 사이트들을 많이도 돌아다녔다. 문과를 전공한 학생에게는 가혹한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매번 들어가보지만, 그 불안한 마음을 달랠 길은 없다. 취업 정보, 현황 등 알면 알수록 근심만 늘어갔다. 말 그대로, 취준생을 앞둔 문과생의 식자우환(識字憂患)인 상황이었다.


두 번째는 청년들의 정치 관심도 증가. 사실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20대가 해당되는 말이겠지만, 우린 크게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엄혹한 취업 상황을 걱정에 내 앞길 마련하기도 빠듯한데, 토익 책 볼 시간도 없는데 그 시간을 왜 정치 소식 듣는 데에 쏟느냐는 것이었다. 허나 이번 상황은 도를 넘어도 너무 넘은 사안. 취업 준비고 뭐고, 인터넷을 뒤져 우리나라 시국 상황을 확인하고 광화문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게 된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 그 이면에 숨은 민낯. 알면 알수록 식자우환(識字憂患)이란 말처럼, 나라에 대한 근심만 깊어졌다.


2017년은 좀 긍정적인 사자성어로 우리나라의 상황을 표현할 수 있을지. 여러 전망을 보면 가능성이 낮단 걸 미리 점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미래는 모르는 것이기에 티스푼 만큼의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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