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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사랑 나라사랑

 

실로 오랜만에 동기들 얼굴을 봤다. 홍보국장님이 다 같이 모여 연극 한 번 보라고 초대장을 주신 덕분이었다. ‘기린의 뿔이란 연극이었는데, 숙종 제위 당시 서포 김만중과 장희빈 간 갈등과 다툼을 주된 내용으로 다뤘다. 김만중은 유배 생활 중 한글소설 사씨남정기를 저술해 숙종의 잘못과 왕실 내부 처첩 간 갈등을 만천하에 고했다.

 

공연이 끝난 뒤 우린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맥주를 앞에 두고 그간 나누지 못한 얘기들과 고민을 풀어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며 지내다시피 한 동기들이었는데, 이번주에는 한 번도 제대로 보질 못했다. 그래서인지 여간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업무 시간에는 그리도 가지 않던 시간이 도대체 왜 술자리에서만 쏜살같이 가버리는지 도통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발제할 거 찾는다고 요새 도통 침대에 편히 눕질 못한다”, “어느 홍보팀은 전화로 세 번씩이나 매체 이름을 물어보더라”, “내 이름이 야구선수랑 같다고 하니 단번에 기억하더라등 각 부서를 배치 받고 그간 있었던 일과 사정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데 어느덧 1030분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가방을 집어 들고 인사를 나눴다. 딱 봐도 다들 아직 할 얘기가 많이 남아있는 눈초리였으나, 어쩔 수 없었다.

 

간만에 회포를 풀고 돌아오는 길. 생각했다. 사측에서 우리들에게 이런 자리를 별도로 마련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돈도 얼마 들지 않을 텐데.(호프집에서 맥주를 시켜놓고 우리들끼리 왁자지껄 웃고 떠든 비용은 36,000원이었다.) 아니면 시간만이라도.

 

물론 너희들끼리 좋아서 만나고 즐기는 비용을 왜 회사가 부담하느냐고 한다면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동기 간 화합 단결, 친목 도모,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한 정보공유 및 협력 등을 거론하며 그럴 듯한 명분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너무 속이 쉽게 들여다보이는 명분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적어내는 이유는 그다지 대단한 걸 하는 게 아닌데도 괜히 부산스럽게 바쁘고 월급의 80%만 수령하는 수습이기에 그렇다. 모 선배는 기자 5년차처럼 행동하며 다니되 얼토당토않은 질문으로 수습인 게 들통 난다면 도리어 그걸 이용해서 취재를 하고 사람을 만나라고 조언했다. 수습기자일 때는 수습인 게 무기라고.

 

그러니 선배의 말마따나 수습기간엔 수습인 걸 무기로 삼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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