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푸르고 싱그러운 날을 등지고" 취업 공부로 토요일을 모두 허비해버린 날 저녁. 메일 한 통이 왔다.

퍼플프렌즈그룹, 이라고 하는 회사에서 보내온 편지. 대략 2주 전, 입사지원서를 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마우스 포인터를 옮기고 클릭할 때까지, 그 짧은 순간 나도 모르게 설렜다. 하지만 이내 "불합격"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고

기대를 품고 가볍게 통, 하고 뛰어오른 가슴은 툭, 하고 모질게 떨어졌다.


'에휴.. 인생..'


여느 불합격 통보 메일과 다를 바 없어 보여서 창을 닫으려 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긴 본문 내용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서서히 읽어 내려가는데 조금 재밌었다. 

특히 "이력서 한 줄을 위해 졸음을 참아가며 준비해온 노력들을 알고 있습니다."란 부분에서부터는

묘한 웃음기가 입가에 머금어졌다. 다음 문장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기대감이랄까, 하는 것들이 일었다.

분명 날 거절한 회사에서 온 메일인데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기분이 묘했다.


무한도전에서 <국민의원>이란 주제로 시민이 원하는 법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뤘던 방송이 떠올랐다.

'지원자 탈락 이유 공개법'이란 게 발의됐고 찬반 혹은 관련 의견이 오갔다. 

지원자 측에서는 탈락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요구했다.

반대 의견으로는 사측에서 부담하게 될 불필요한 비용 문제가 거론됐다. 나 역시 후자에 동감했다. 한낱 지원자 입장이긴 해도

수많은 지원자에게 일일이 이유를 설명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공채 시즌 때마다 퇴근하지 못할 인사부 직원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취준생 입장인 주제에 말이다.


그런데 이번 메일을 받고 생각이 좀 바뀌었다. 

에듀윌처럼 '면접비 1억원 프로젝트'를 전 기업이 동참해준다면 가장 이상적일 테다.

하지만 사정이 역력치 않아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 이런 '따듯한 메일'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불합격 통보조차 안 하는 기업은 정말... 그것도 모르고 오매불망 기다리는 지원자는 더 정말...ㅠㅠ)


물론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별"이란 말처럼 "불합격"이란 말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고마움이 남는다. 앞으로도 지원하게 된다면, 저런 회사에 지원하고 싶단 생각도 든다.

나를 거부한 회사가 "결정을 후회 할 수 있게 더 멋진 모습"이 앞으로 될런지 장담할 수 없지만, 그래도

기분 나쁜 불합격 통보 메일은 아니었다.


TPFG 인사팀이 "감사한 마음"을 담은 게 충분히 느껴졌던, 따듯한 불합격 통보였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