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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고민. 돈이냐 아니면 가치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학교를 다니다 보니 어느덧 4학년이 문턱에 와 있었다. 평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말씀하시던 어머니도 어깨너머로 슬쩍,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물으신다. 당연히 현문우답(賢問愚答)으로 어머니, 오늘따라 달이 밝습니다.”고 대꾸하고 넘어가기는 하나, 마음이 편치 않은 건 어쩔 수 없다.


이번 학기에 들은 강의 중 취업전략강의란 교과목이 있었다. 이름 그대로 취업 관련 강의로, 학교를 우리보다 일찍 졸업한 선배들이 찾아와 취업과 관련한 노하우나 이야기를 전해주는 식의 수업. 다양한 직종에서 많은 선배들이 찾아왔다. 내가 오랫동안 생각해온 잡지사에서 일했던 선배도 있었고, ·소기업의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분도 계셨다. 잡지사나 글 쓰는 쪽은 역시나 보수가 탐탁지 않았고, 기업에 속하는 건 관심사가 땡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학교를 떠나면 뭔가를 하긴 해야 했기에, 그게 또 중요한 게 아닌 게 아닌 일이기에 고민의 시간과 폭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깊어져만 갔다. 이 질문에 답을 준 게 울지마 톤즈란 영화다.



익히 들어 알고 있듯이 수단 중에서도 남수단, 그리고 그 중에서도 톤즈라는 특정 지역에서 의료 봉사와 더불어 신앙, 교육 등 다양한 봉사를 지원하다 작고하신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영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언젠가부터 다큐멘터리란 영상 기록물에 대해 호감이 생겼다. 아마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시작으로 그랬던 것 같은데, 삶이 실제로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아가며 늙어가고 있기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이태석 신부는 돈이냐, 가치이냐 하는 문제에서 무던할 정도로 단호하게 가치를 택했다. 의대를 졸업했지만 돈을 벌기보단 의료 봉사를 택했고, 신부로서 편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톤즈라는 열악한 시설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곳으로 가 선교하기를 원했다. 후에 의대 학비를 뒷바라지했던 어머니에게 그만큼의 돈을 벌어드리지 못해 효도하지 못했다고 회상하는 장면에서 그의 행동이 결코 경거망동(輕擧妄動)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의 선택을 물리거나 하진 않았다. 가치를 택한, 힘들어 보이는 그만의 삶을 우직하게 살다 가셨다.

 

비교해보면 지금 내가 안고 있는 고민은 참 철없고 보잘 것 없다. 그는 의대를 나왔고, 나는 내가 원하는 걸 배우고 싶단 이유로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학벌을 지닌 그였지만 돈을 등졌고, 돈을 많이 벌 수 없는 학벌을 지닌 나지만 돈을 벌긴 벌어야 한단 생각에 고민이 많다. 하고 싶은 걸 나중에나마 찾아 거기에 전념을 다한 그였지만, 하고 싶은 게 있으나 그것에조차 전념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나다.

 

미얀마에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로 찾아보게 된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 결국 가치있는 삶이 행복이고, 숭고할 텐데. 그건 이 영상 또한 그렇듯 자명한 사실일 텐데. 과연 나는 그 진실 앞에서 얼마나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미얀마에서의 5개월.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신부가 아니어도 의술로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데

    한국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아프리카까지 갔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내 삶에 영향을 준 아름다운 향기가 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프리카에서 평생을 바친 슈바이처 박사

    어릴 때 집 근처 고아원에서 본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헌신

    마지막으로 10남매를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의 고귀한 삶

    이것이 내 마음을 움직인 아름다운 향기다. "      -  다큐멘터리 中 마지막 나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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