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한 원작 느낌 그대로 스크린으로, 트레버 넌 오래 전부터 소설, 희곡 등 활자화된 문학 작품은 영화 각색의 주된 대상이 되곤 했다. 영화로 소위 ‘대박’을 쳤다고 부를 법한 것들, 가령 이라거나 같은 것들 역시 소설이 원작이었다. 순수 창작 영상물이 아닌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다음의 질문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원작을 얼마만큼 살릴 것인가?”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연출자의 역량이다. 셰익스피어의 5대 희곡 중 하나인 『십이야』를 1996년 영화 로 각색한 영국 감독 트레버 넌은 위의 질문에 뭐라고 답했을까. 필자의 견해로 예견해 보자면 아마 “원작을 살릴 만큼 충분히 살리되, 현대의 입맛에 거부감이 없도록 만들려고 했다.” 정도로 대답했을 것이다. 영화를 이미..
안녕하세요.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2일 GS건설이 경기 안산시 사동에 ‘그랑시티자이 2차’ 견본주택을 열었다. 세간에 떠도는 ‘부동산 경기 불황설’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방문객이 견본주택 현장을 찾았다. 갓 결혼한 젊은 신혼부부부터 황혼의 노년을 준비하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모델하우스 현장에는 첫날부터 견본주택 유니트를 구경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던 터라 관람을 위해선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쉽게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궁금했다. 묻고 싶었다. 무슨 연유로 이곳까지 찾아왔는지 그네들의 속사정이 궁금했다. 유니트 전시관에서 유독 주방 내부 이곳저곳 세심히 둘러보던 젊은 커플에게는 “뭘 그렇게 보고 있으세요?”라고, 건물 조감도를 ..
이름을 알면 이웃, 색깔을 알면 친구, 모양까지 알면 연인이 되는 비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 아, 이것은 비밀 시 전개에 맞춰보자면 나와 이 회사는 이제 막 이름을 알고 난 사이다. 통성명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웃이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처음이 힘들 듯, 그 이름에 익숙해지기가 꽤 힘이 들었다. 5월 26일 저녁. 첫 출근한 날로부터 꼬박 4일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4일 중 이틀은 머리가. 나머지 이틀은 몸이 아팠다. 취업계를 인정해줄 수 없다는 교수님의 단언은 칼 같았다. 최근 참석한 교무회의에서 수업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의 출석을 교수 재량으로 인정해주는 행위..
학보사 기자로 일하던 시절, 난 딱히 아무런 용무도 없이 신문사를 드나들곤 했었다. 대개 아무도 없이 공간만 휑뎅그렁하니 남겨진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곳에 감돌고 있는 종이 냄새가 좋았다. 습기를 머금듯 세월을 머금은 종이 냄새와 신문, 그 특유의 향. 빗소리가 들릴 때면 젖은 거리에서 풍기는 비내음을 맡으려 창문을 열 듯, 세월을 머금은 종이 향이 그리울 때면 아무런 까닭도 없이 발걸음을 신문사로 옮겼었다. 조그만 경제지에 입사한 첫날. 사무실을 맞닥뜨렸는데, 첫인상이 결코 달갑지 않았다. 텅 빈 사무실에 주인 잃은 채 널려있는 의자들이 눈에 거슬렸다. 정돈되지 못한 전선들이 잡초마냥 이곳저곳에 솟아나 있었다. "광화문에서 힘찬 발돋움을 준비한다!"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무채색을 띈 사무실이었다. 빈..
다들 '쇼크' 인가요...? ㅋㅋㅋ 어닝쇼크 earning shock 단어풀이부터 가겠습니다. 여기서 '어닝' 이란 "어닝!?"하고 놀라는 게 아니라 영어 earning 을 일컫습니다. 영어 earning은 경제학에서 기업의 실적을 뜻하는데, 기업 실적이 earning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주가에 충격을 준다, 는 의미로 어닝쇼크 earning shock 라고 불립니다. 이와 반대로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높을 경우, 주가는 반등하거나 상승세를 타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어닝 서프라이즈 earning surprize 라고 합니다. 추가로 기업 실적 발표 시기는 어닝 시즌 earning season 이라고 합니다 ~
‘금연구역’이 아니라 ‘흡연구역’이 답이다. "혐연권은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다. 흡연은 비흡연자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기를 오염시키는 만큼 공공복리 차원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2004년 흡연자의 권리를 되찾자는 취지로 제기된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이 판결한 결정문 내용의 일부이다. 이 사건은 정부의 흡연 규제 정책에 박차를 가했고 머지않아 카페, PC방, 음식점 등 대부분의 실내 공간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과정에서 흡연자는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는데, 근래 들어선 금연거리까지 조성되기 시작해 흡연자가 설 곳이 더욱 마땅치 않아졌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한국에서 흡연자가 영영 쫓겨나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미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들은 한국의 일방적인 흡연 규제 정책과는 다른..
얽히고설킨 삶과 그늘 문예중앙에서 출판한 이영광의 시집 『그늘과 사귀다』 표지에는 명암明暗이 공존한다. 모서리는 밝은 흰색, 중앙은 어두운 흑색 그리고 그 사이, 명암이 교차하는 부분에는 갈색의 공간이 펼쳐진다. 뚜렷한 명암도 아닌 애매한 그 감색의 영역에 한 사내가 서있다. 어두운 그늘을 끼고 말이다. 시를 읽는 내내 나는 유독 이 사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시를 읽으려 책을 펴거나 덮을 때에도 시선은 한사코 몇 초간 이 사내에게 머물렀다. 『그늘과 사귀다』란 시집 이름 그대로 그늘과 사귀고 있는 사람 혹은 단순하게 사내를 그려놓은 간단한 그림인데, 보면 볼수록 그렇게 단순치 않아 보였다. 그림자가 없는 건지 아니면 짙은 그늘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건, 그 사람은 명암..
근정전 勤政殿 어도 御道 자, 이제 조선시대 왕이 나랏일을 처리하곤 했던 근정전에 왔습니다.경복궁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정전 正殿 이라고 하는 곳입니다.근정전 勤政殿 부지런할 근, 정사 정, 대궐 전부지런히 나랏일을 하는 대궐이란 뜻! 그런데 왜?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정전으로 향하는 길이 세 가지로 나뉘어져 있을까요? 중간은 어도 御道, 어로 御路 라고 불리며, 왕만이 오갈 수 있는 길입니다.조금 낮게 설계된 양 옆길은 신하들이 오가는 길이었으며, 주변에 비해 야간 높은 중앙의 길은오로지 왕만 통행이 가능했습니다. 실수로 밟기라도 했다간 불경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었다고... ㄷㄷ; 품계석 品階石 품계석은 문무백관, 즉 관직에 속하는 모든 학자를 벼슬의 차등에 따라 돌로 구분해놓은 표시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