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의 소동
멀리서 번개가 치던 밤이었다. 멀리서 비구름이 서서히 몰려오는 걸 알면서도 태연히 러폐를 마셨다. 차양 아래서 평온히. 이 곳은 충분히 그래도 되는 곳이니까. 미얀마 전통 차인 러폐의 밍밍하면서도 특유의 깊은 맛이 입 안을 맴돌았다. 먼 산봉우리 너머로 시선을 던져 언제쯤 공기 찢는 천둥소리가 들려올까, 가늠해보는데 의외로 소리가 난 곳은 저 먼 산 너머가 아닌 바로 등 뒤의 시멘트 집이었다. 미얀마 현지 친구이자 우리들의 서포터인 솔리의 표정은 꽤나 심각했다. 방 안으로 들어서는 나의 인기척을 들었을 텐데도 그는 짐 싸기를 멈추지 않았다. 2주 정도 생활할 요량으로 펼쳐놓은 옷가지와 잡다한 소지품들을 닥치는 대로 가방으로 쑤셔 넣을 뿐. 5분을 갓 넘길 무렵 가방은 처음 이곳에 왔던 때보다 부풀어 오른..
My article/Article ( Kor )
2017. 2. 6. 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