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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구역’이 아니라 ‘흡연구역’이 답이다.
"혐연권은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다. 흡연은 비흡연자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기를 오염시키는 만큼 공공복리 차원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2004년 흡연자의 권리를 되찾자는 취지로 제기된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이 판결한 결정문 내용의 일부이다. 이 사건은 정부의 흡연 규제 정책에 박차를 가했고 머지않아 카페, PC방, 음식점 등 대부분의 실내 공간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과정에서 흡연자는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는데, 근래 들어선 금연거리까지 조성되기 시작해 흡연자가 설 곳이 더욱 마땅치 않아졌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한국에서 흡연자가 영영 쫓겨나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미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들은 한국의 일방적인 흡연 규제 정책과는 다른 정책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 ‘분리형 금연정책’이 바로 그것인데, 흡연부스 같은 흡연공간을 별도로 마련함으로써 흡연자의 권리를 지키는 동시에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을 방지하는 정책이다. 실제로 도로 및 건물 주변 곳곳에 흡연부스와 ‘스모킹 존’을 설치해 흡연자에게 합법적인 흡연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길거리에 너저분하게 버려져있어 미관을 해쳤던 담배꽁초 문제가 손쉽게 해결됐고, 흡연구역이 아닌 공간은 자연히 흡연 금지구역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흡연구역 및 흡연부스 설치가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흡연자를 배척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란 인식이 비로소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금연정책 초기,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출입구 주변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무차별적으로 금연구역을 늘렸던 정부 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 도리어 흡연자를 후미진 골목 어귀나 금연구역 사각지대로 몰아내, 인근 영세상인의 부담과 피해만 가중시켰다. 3년 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경희대학교 시행한 대학가 금연거리 역시 실효성 논란을 겪고 있다. 대로변에서 담배를 태우는 흡연자는 사라졌을지언정,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찾아 흡연하는 인구는 늘어나 외려 거주민의 불만을 키웠기 때문이다.
우리학교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 또한 위와 같은 부작용을 답습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후문에 있는 월계어린이공원과 주거단지 및 식당가로 흡연 학생을 내쫓는 효과밖에 거두지 못할 것은 물론이고, 학내 흡연 문제를 주변 상인에게 전가시켰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테다. 학교로 쏟아질 민원을 힘겹게 감당하고 있을 교직원의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2015년 6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에 가까운 사람이 ‘길거리 흡연구역 조성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이 중 80% 이상이 비흡연자에 속했다. 반면 ‘흡연구역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20%에 불과했다. 이제 금연정책은 ‘금연구역’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흡연구역’을 확충하는 게 답이다.
한국의 치솟는 실업률과 21세기 세계적 저성장 추세가 맞물려 장래가 어둡기만 한 대학생이다. 단군 이래 최상의 ‘스펙’과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건만 현 젊은 세대를 표현하는 단어는 삼포세대, 오포세대를 넘어서 칠포세대가 됐다. 감히 이것도 모자라 ‘이젠 이들의 흡연권까지 빼앗으려는 건가?’라고 묻고 싶다. 난 부디 우리학교가 흡연 학생을 캠퍼스 외부까지 내몰아 담뱃불을 부추기는 학교가 아닌, 그네들을 내부로 끌어들여 따뜻한 모닥불을 피워주는 학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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