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제1회 청년이야기 공모전 동상 결국 다 살아가는 것 한국이 싫었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한국에서 20대로, 청춘으로 살아가는 게 싫었다. 실망감인지 회의감인지 모를 것들이 언제부턴가 가슴 속에 차오르기 시작했고, 답답했다. 서울에서의 대학 생활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토끼굴에 빠지는 것만큼 짜릿하거나 즐겁지 않았다. 한 두어 번의 술자리와 MT가 고작이었고, 이후엔 제각기 살길을 찾아 학교와 방만 오가는 생활의 반복뿐이었다. 시험만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노라면 대학교란 건 참, 고등학교의 연장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다 맞닥뜨리게 된 이십대의 절반. 스물하고도 다섯 살. 그즈음이었던 것 같다.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떠나버리는, 날아가는 꿈을 자주 꿨던 게. 자원활동이란 이름 하..
모처럼 애니메이션 영화를 봤어. 그것도 꽤나 순수한 걸로 말이야. 바로 어린왕자.누구나 다 알다시피 생택쥐 페리의 어린왕자 이야기를 모티브로 또 배경으로 해 제작된 영화였어.사막 한 가운데서 비행기가 고장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 꼬맹이가 와서 말하지."양 한 마리를 그려줘. 너무 아프지도, 늙지도 않은 걸로 말이야. 단, 염소는 안돼."이런 내용으로 시작하는 이야기. 다들 알잖아? 영화에서 특히 좋았던 건 이 이야기가 우리들이 일상 생활에서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재(再)탄생 한단 거였어. 괜찮은 시도라고 봐.그래서인지 책에서 등장했던 어린왕자와 그를 보고 기록한 비행사의 이야기가 주(主)가 아니야. 대신 아주 평범하고 어린 여자애좋은 학교에 들어가려 발버둥치고, 성적과 스펙쌓기에 ..
2016년 경향신문에서 '부들부들 청년'이란 제목으로 기획 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했어.제목에 걸맞게 내용에는 분노로, 슬픔으로 그리고 불행으로 떨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주(主)를 이루지.헬조선, 금수저란 말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폭풍공감을 얻어 이미 대다수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가 됐고삼포세대와 88세대란 말은 귀로 더이상 듣고싶지 않을 정도로 지겨울 지경이 됐잖아?나도 대한민국의 청년 중 하나인데, 기사를 하나하나 훑으며 공감할 수밖에. 더러는 지나치게 과한 내용으로 반감이 들었지만 그것도 일부에 불과해 참아줄 만 했어. 그런데 문제는 연재 기사 중 김연수의 말을 언급한 기사.제목 : "분노하라, 행동하라" "징징대지 마라, 도전하라"... 언론도 두 얼굴소설가 김연수씨는 중앙일보 1월 10..
형 방 서랍장에서 먼지 쌓여가던 책 하나가 눈에 띄더라고.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양장본인데도 매끈한 커버, 으레 양장본에 두르는 그 흔한 커버 하나 없어 느낌이 더 올드하고 좋았어. 책엔 한 남자가 등장해. 그 남자는 급하게 운전기사를 구해야 하는 처지지. 운전이란 일에 있어서 주인공은 남자를 선호하지만 정작 소개받은 기사는 여자였어. 썩 내키지 않았지만 시범운전을 해보니 솜씨가 꽤나 괜찮은 거야. 적당히 예쁘지도 않아 주변의 오해를 살 일도 없겠다, 싶고.그렇게 둘은 한 차에 몸을 싣게 됐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돼.가후쿠라는 한 남자는 아내를 잃은 중년의 배우야. 아내는 왕년에 꽤나 잘 나갔던 미모의 여배우고. 새로 채용된 미사키라는 여기사는 말수가 적고 담배를 피는 게 특징. 여느 여..
얼마 전부터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고민. 돈이냐 아니면 가치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학교를 다니다 보니 어느덧 4학년이 문턱에 와 있었다. 평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말씀하시던 어머니도 어깨너머로 슬쩍,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물으신다. 당연히 현문우답(賢問愚答)으로 “어머니, 오늘따라 달이 밝습니다.”고 대꾸하고 넘어가기는 하나, 마음이 편치 않은 건 어쩔 수 없다. 이번 학기에 들은 강의 중 ‘취업전략강의’란 교과목이 있었다. 이름 그대로 취업 관련 강의로, 학교를 우리보다 일찍 졸업한 선배들이 찾아와 취업과 관련한 노하우나 이야기를 전해주는 식의 수업. 다양한 직종에서 많은 선배들이 찾아왔다. 내가 오랫동안 생각해온 잡지사에서 일했던 선배도 있었고, 중·소기업의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
솔직히 그렇게 많은 도서관을 가보진 않았어. 지금도, 과거 학생 시절에도 공부파는 아니었으니까. 끽해야 내 고향인 부산 영도의 영도도서관이나 기억에 남을 만큼 들락거렸지, 다른 도서관들은 그저 스쳐가는 정도 혹은 책 한 두권 빌릴 요량으로 들려본 기억이 전부. 그런데 근래 들어서 정독도서관이란 곳을 자주도 들락거렸어. 역사탐방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창덕궁과 경복궁 탐방을 다닐때면 으레 밥을 먹으러 들리는 곳이 그곳이기 때문이었어. 그날도 마찬가지로 창덕궁 탐방을 마치고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러 정독도서관에 들렀지. 가을을 품은 도서관은 낙엽이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가득했고, 추위에 바짝 긴장한 솜털 같은 잔디 위로 포근히 내려앉은 모습도 퍽 예뻐 '역시 우리나라 도서관 중 손에 꼽히는 아름다운 곳이구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그 미친 짓 사실 도입부부터 부러웠어. “내가 땡 전 한 푼 없이 유럽에서 여행하는 법을 찾았어.”라는 맏형 호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들려온 주변 소음들. 현학, 승협, 휘 이 세 동생의 웃음 섞인 잡담. 터무니없는 제안에 귀 기울여주는 무리들, 또 그런 여행에 동참해주고 동조해주는 사람들이 있단 것. 그 자체가 부러웠어. ‘그래…. 결국 주변에 누군가라도 있어야 저런 용기가 나는 거야.’ 그러나 소심한 질투는 오래가지 않았어. 홍보 영상을 의뢰할 호스텔을 찾아 남쪽으로, 막연히 히치하이킹으로 가던 중 일행 일부가 중도 하차를 하더라고. 그제야 슬슬 이게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인 게 실감이 나더라. 카메라에 모두 담기지 않았지만 현실의 벽,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벽이 끈끈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