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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렇게 많은 도서관을 가보진 않았어. 지금도, 과거 학생 시절에도 공부파는 아니었으니까. 끽해야 내 고향인 부산 영도의 영도도서관이나 기억에 남을 만큼 들락거렸지, 다른 도서관들은 그저 스쳐가는 정도 혹은 책 한 두권 빌릴 요량으로 들려본 기억이 전부. 그런데 근래 들어서 정독도서관이란 곳을 자주도 들락거렸어. 역사탐방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창덕궁과 경복궁 탐방을 다닐때면 으레 밥을 먹으러 들리는 곳이 그곳이기 때문이었어.
그날도 마찬가지로 창덕궁 탐방을 마치고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러 정독도서관에 들렀지. 가을을 품은 도서관은 낙엽이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가득했고, 추위에 바짝 긴장한 솜털 같은 잔디 위로 포근히 내려앉은 모습도 퍽 예뻐 '역시 우리나라 도서관 중 손에 꼽히는 아름다운 곳이구나.'란 감상이 절로 들더라. 그러나 역시 찬바람 날리는 겨울인지라 쓸쓸함이 깃든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어. 찾는 이들도 적어 도서관 앞 마당에도, 식당에도 왁자지껄했던 전과 달리 인적이 드문드문했지.
정독도서관 식당, 드문드문 자리에 외따로이 앉아 백반을 먹는 사람들 틈에서 그래도 크리스마스라고 반짝이고 있는 트리가 눈에 띄였어. 히터보다 작아 지나는 이들 시선이나 잡아끌까, 싶었지만 트리는 우뚝 선 채로 크리스마스를 알리느라고 고군분투하더라. 작은 체구만큼이나 약한 빛으로 크리스마스의 희망을 전하려 끈질기게도 반짝이는데, 오후의 햇살에 묻혀버리는 처지가 어찌나 안타깝던지.
일요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 몇몇이 보였어. 락엔락 통에 밑반찬을 싸와 도시락을 까먹는 아저씨1, 컵라면에 공기밥 하나를 시켜 추위를 달래는 아저씨2, 8인용 테이블에서 홀로 백반을 시켜먹는,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지 낯이 익은 아저씨3, 그리고 그 외 중년과 노년 언저리일 법한 어르신들과 드문드문 자리한 여성분들까지. 다들 어떤 연유로 찬 겨울에 여기, 정독도서관까지 오신건지. 밥 먹으면서 곁눈질로 식당 테이블 사이사이를 훑는데, 그 사연이 궁금해지더라고.
겨울, 그날의 도서관은 포근하고 조용했어. 식당에서 그 식당 밥 먹지 않는다고 머라고 하는 직원도 없었고, 반찬이 모자라다고 추운 날이니 국을 더 달라 보채도 뭐라 하는 이들 하나 없는 곳이었지. 또 그렇게 히터를 크게 틀지 않았으나 적당히 따듯했던 공간. 작은 소리로도 쉬이 정적이 깨지곤 했지만 그걸 두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 속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는 작게나마 반짝이고, 또 반짝였이고 있고. 세상 어디에 있든, 모든 사람에게 크리스마스가 닿길 바라는 것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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