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함께 살아온 반려자와의 사별 후 자살을 선택했다는 신문 한 귀퉁이를 차지한 어느 노인에 관한 기사, 너와 헤어져 더는 연애를 하지 못하게 됐다며 따지려 드는 어느 래퍼의 노랫말, 갓 시작한 20살 사랑에 웃고 울기를 반복하던 내 주변 철없던 친구놈들의 모습들. 난 다 안다고 믿었어. 그들이 어리석게 보였고, 난 다르다고 생각했었지. 네가 떠난 날. 부산으로 허겁지겁 내려오는데 뭐랄까. 공기 중에 떠버린 물풍선 같았어. 난 걷는데, 웃는데, 먹는데 하나도 소용이 없었어. 모든 행동이 하나같이 멍, 했어. 물풍선이 어디든 닿기만 하면 터져버릴 것 같아, 불안했지. 도움을 요청하니 친구는 그러더라. 몸 반쪽이 떨어져 나가 버린, 허전한 기분이라고. 친구야, 그때 왜 그 말은 빼먹었니. 아무도 없을 때 눈..
작은 방 하나 갖는 것조차 사치였던 때가 있었다.집 밖에 딸린 화장실 가기가 무서워 이부자리에 지도를 그리곤 했던 시절. 넌 초등학교에서 글을 읽고 배우는 학생이었지만, 정작 집안 사정에 대해서는 까막눈이었다. 왜 네 가족이 멀쩡한 집을 두고 할머니네 쪽방으로 기어들어왔는지, 가족 셋이 누우면 발 디딜 틈 없이 꼭 맞는 공간에서 지내야 했는지 너는 알지 못했다. 그저 동이 트기도 전, “다녀오세요.”란 말 드릴 새도 없이 일찍이 일터로 나간 어머니의 빈자리를 보며 ‘그새 출근하셨구나.’ 정도만 가늠할 뿐이었다. 그래도 어린 게 본능은 있었는지, 넌 꾸준히도 네 공간을 찾아다녔고 또 원했다. 허나 탁주집 한켠에 딸린 좁은 방에서 온전히 너만의 공간을 찾는 건, 출근길 지옥철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가 네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