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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함께 살아온 반려자와의 사별 후 자살을 선택했다는 신문 한 귀퉁이를 차지한 어느 노인에 관한 기사, 너와 헤어져 더는 연애를 하지 못하게 됐다며 따지려 드는 어느 래퍼의 노랫말, 갓 시작한 20살 사랑에 웃고 울기를 반복하던 내 주변 철없던 친구놈들의 모습들. 난 다 안다고 믿었어. 그들이 어리석게 보였고, 난 다르다고 생각했었지.
네가 떠난 날. 부산으로 허겁지겁 내려오는데 뭐랄까. 공기 중에 떠버린 물풍선 같았어. 난 걷는데, 웃는데, 먹는데 하나도 소용이 없었어. 모든 행동이 하나같이 멍, 했어. 물풍선이 어디든 닿기만 하면 터져버릴 것 같아, 불안했지. 도움을 요청하니 친구는 그러더라. 몸 반쪽이 떨어져 나가 버린, 허전한 기분이라고. 친구야, 그때 왜 그 말은 빼먹었니. 아무도 없을 때 눈물이 날거란 걸 말이야.
전날 먹은 술기운이 조금씩 달아났어. 스르르, 잠이 오더라고. 그제야 온전히 혼자만의 공간에 몸을 뉘였지. 그리고 정해진 듯,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던 이별 노래. 버스커버스커 - 처음엔 사랑이란 게. 남녀가 등 돌리며 이별한 장면은 그저 그랬어. 근데 멍, 하니 편의점에서 생수와 요깃거리들을 고르던 남자가 무심코 생수를 떨어뜨리던 장면. 곧이어 주우려 허리를 숙이는데, 이내 손에 있던 요깃거리들도 함께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쭈그려 앉은 남자는 고개를 숙였던가. 아니면 차오른 울음에 내가 이불 속으로 고개를 숙였던가.
침대가 떨리도록 울어댔어. 뮤직비디오 속 남자주인공의 심정이 온전히 이해가 됐다고 말하면 지나친 과장일지도. 사소한 것 하나에도 네가 생각난다는 게, 그 어떤 것보다 슬프더라. 거실에서 TV 보는 어머니에게 혹시라도 소리가 들릴까, 싶어 이를 꽉 깨물고 울음을 토해냈어. 눈물이 그렇게도 빨리 흐를 수 있단 것과 베개가 그렇게도 순식간에 젖어버릴 수 있단 것. 나도 몰랐어. 내가 이별했다고 폭풍 눈물 흘리며 울 줄이야.
물풍선이 터진 시간은 지났고, 멍하던 감정도 사그라졌어. 눈물이 씻어간 스트레스 때문인지 혹은 카타르시스 효과가 작용한 건지 몰라도, 그 후에 괜찮아졌어. 네 안부를 묻는 무심한 친구들의 문자에도 그저 목이 메여올 뿐이었어. 쉽게 슬픔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지지 않았고, 웃음기는 좀 덜했지만 지낼만했지.
너를 보내고 셋째 날, 처량하게 바닷가로 갔어. 널 보내기 위한 의식이 필요했나 봐.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 마주한 바다에서 난 담담했어. 가로수 옆에 혼자 앉아, 이별 노래 들으며 추억을 곱씹고. 앞으로의 내 앞날을 계획하고. 다시 네 생각을 하고. 잊기 위한 다짐을 새기고. 되풀이되는 한숨은 어쩔 수 없더라.
천천히 나아지겠지. 깊은 잠에서 깰 때면 문득, 몇 초간 무심코 널 찾는 내 모습에 '하... 아직 멀었네.' 싶지만. 시간은 흐르겠지. 이것도 웃으며 추억하는 날, 오겠지.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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