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 기자로 일하던 시절, 난 딱히 아무런 용무도 없이 신문사를 드나들곤 했었다. 대개 아무도 없이 공간만 휑뎅그렁하니 남겨진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곳에 감돌고 있는 종이 냄새가 좋았다. 습기를 머금듯 세월을 머금은 종이 냄새와 신문, 그 특유의 향. 빗소리가 들릴 때면 젖은 거리에서 풍기는 비내음을 맡으려 창문을 열 듯, 세월을 머금은 종이 향이 그리울 때면 아무런 까닭도 없이 발걸음을 신문사로 옮겼었다. 조그만 경제지에 입사한 첫날. 사무실을 맞닥뜨렸는데, 첫인상이 결코 달갑지 않았다. 텅 빈 사무실에 주인 잃은 채 널려있는 의자들이 눈에 거슬렸다. 정돈되지 못한 전선들이 잡초마냥 이곳저곳에 솟아나 있었다. "광화문에서 힘찬 발돋움을 준비한다!"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무채색을 띈 사무실이었다. 빈..
우리는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중 우연찮은 행운에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가령 예를 들자면 길을 걷던 중 주인 없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지폐를 보게 된다거나 뜻밖의 친구에게 생일선물을 받게 되는 상황 그리고 의문의 문자 메시지에서 경품에 당첨됐다는 소식 등이 그러하다. 사소하지만 작은 행운. 비록 잊히기 쉽지만, 이런 행운들은 은근히 일상생활 곳곳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다. 언제부턴가 이런 사소한 행운들과 맞먹는 나만의 쏠쏠한 재미 하나 생겨났다. 그건 바로 친구들과 대화 속에서 속속 떠오르곤 하는 지식들, 소위 말해 신문에서 훑고 지나간 잡(雜)지식들이다.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씩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생각들. 우리나라 여성들이 소주를 맥주에 비해 70%나 좋아한다더라, 특히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