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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중 우연찮은 행운에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가령 예를 들자면 길을 걷던 중 주인 없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지폐를 보게 된다거나 뜻밖의 친구에게 생일선물을 받게 되는 상황 그리고 의문의 문자 메시지에서 경품에 당첨됐다는 소식 등이 그러하다. 사소하지만 작은 행운. 비록 잊히기 쉽지만, 이런 행운들은 은근히 일상생활 곳곳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다.
언제부턴가 이런 사소한 행운들과 맞먹는 나만의 쏠쏠한 재미 하나 생겨났다. 그건 바로 친구들과 대화 속에서 속속 떠오르곤 하는 지식들, 소위 말해 신문에서 훑고 지나간 잡(雜)지식들이다.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씩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생각들.
우리나라 여성들이 소주를 맥주에 비해 70%나 좋아한다더라, 특히 한국인은 연평균 소주를 81병 마신다고 하더라 등 특별히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 신문에서 읽은 터라 함께 자리한 사람들의 흥미를 돋을 만한 정보들이 얘깃거리가 되곤 한다. 이런 일들이 잦아지던 중 어느 한 친구는 내게 “요즘 좀 똑똑해진 것 같더라니, 신문을 봐서 그런 거구만.”이라며 말 돌려 칭찬한 적이 있다.
신문을 읽기 시작한 건 그리 대단한 계기가 아니었다. 대학교에 입학해 어떤 동아리에 가입하면 재밌을까, 찾던 중 대학교 신문사 ‘학보사’가 눈에 들어와 입사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신문을 만들어야 하기에 자연스레 접하게 된 게 조선일보, 한겨레 등을 비롯한 일간지와 주간지 그리고 월간지 등 지면언론매체들이었다. 보면 볼수록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사가 넓어져 눈길이 가는 기사들이 늘어났고,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날이 갈수록 심층 및 분석 기사가 이어짐에 따라 연재기사를 읽으며 그 깊이를 더했다. 호기심이 해소되는 나름의 재미에 빠져 습관처럼 읽기 시작한 신문을 이제는 좀처럼 놓기 힘들게 됐다.
그러던 중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이런저런 잡(雜)지식들이 튀어나오더니, 이런 현상이 수업시간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업의 흐름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관련된 소재에 대한 정보․사실․이슈거리 등이 떠오르면서 수업시간에 질문하려 손이 올라가는 일도 잦아졌고, 딴생각에 정신이 팔려있다가도 어디선가 본 듯한 강의 내용에 귀를 쫑긋 세우며 다시 수업에 집중하게 되는 효과도 빚어졌다. 토론 방식의 수업에서는 이와 같은 효과가 더욱 극대화됐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데에 기사 내용 등이 이용되면서 사(私)적인 주장이 아닌, 어느 정도 객관성 및 공론성을 뒷받침해줄 만한 주장을 내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토론이란 수업의 특성상, 어느 방향으로 수업이 진행될지 가늠하기가 힘들어 각종 분야에서 신문 혹은 언론매체를 통해 얻은 지식들이 십분 활용되기에도 충분했다.
신문을 읽으며 나타난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가 경험한 효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수업의 학점을 결정짓는다 해도 과하지 않은 과제 제출 및 서면 시험에서도 신문이 활용됐던 것이다. 공론화된 이슈거리가 다뤄진 신문 기사는 과제의 서두, 미두를 장식하는 것으로 활용돼 독자의 관심 및 글의 객관성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인문학과에 재학하고 있는 터라 예상치 못한 서면시험 문제 때문에 골치를 앓곤 했는데, 하루는 ‘인권’관련 문제에 당일 읽었던 기사 내용이 생각나 글을 서술하는 데 있어서 유용했던 적이 있다. 문제에 적재적소(適材適所)가 아닌 적문적문(適文適問)한 기사였던 터라, 시험 당시에 느꼈던 남모를 쾌감을 아직도 잊기가 힘들 정도다.
이처럼 내게 있어 신문은 언제 어디서 활용될지 모르고,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우연찮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또 하나의 존재이다. 그렇기에 신문 읽는 것은 어떤 열매가 열릴지 모를 씨앗을 심는 것과 유사하다. 오늘 읽었던 신문이 일주일 뒤 친구들과의 가십거리에서 쓰일 수도 있으며, 운이 좋다면 훗날 기업 채용 면접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언젠가 다가올 작은 행운을 포기하지 못하고 바쁜 와중에 오늘도 난 신문을 집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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