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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들은 권위 콤플렉스 혹은 지배자 콤플렉스의 지배를 받고 있다. 반면에 말라가시인들은 의존 콤플렉스에 종속되어 있다. 자, 이제 만인이 행복한가?”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중 제 4장 식민지 민중과 의존 콤플렉스 부분에서 가장 어이없는 문장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위의 문장을 꼽겠다. 프란츠 파농은 마노니가 쓴 『식민화의 심리학』이란 책을 분석하며 4장 대부분의 내용을 전개하는데, 그 중 가장 두드러진 소재가 바로 “의존 콤플렉스”이다. 마노니는 책에서 “모든 인간이 다 식민화되는 것은 아니다. 식민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만이 식민화될 뿐이다.”라는 말을 통해 노골적으로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전쟁을 일삼았던, 소위 세계를 두고 땅따먹기 놀이를 했던 유럽열강과 일본을 두둔한다. 이는 필자가 식민지를 겪었던 나라의 국민인 사실을 떠나, 보편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기에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프란츠 파농의 말마따나 “한 술 더 떠” 다음과 같은 근거까지 내뱉고 있는 형편이니 말이다. “유럽인들은 소위 우리가 식민지라고 말하는 곳을 여러 지역에 건설했는데, 장차 식민지화될 지역의 주민들이 유럽인들의 출현을 무의식적으로 기대하거나 심지어는 강력하게 소망하기까지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일군의 이방인들이 놀라운 선물을 한 아름 가슴에 품고 바다를 건너올 것이라는 소문이 식민지 어디서나 전설처럼 파다하게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하기도 거북하지만 그래도 한 번 ‘만약’을 가정해 본다면, 1900년대 초중반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는 모두 행복했어야 했다. 축제의 도가니였어야 한다. 백인을 비롯한 유럽열강과 일본은 권위 콤플렉스 혹은 지배자 콤플렉스의 지배를 충분히 향유할 수 있었던 때였고, 말라기시인들을 비롯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식민지인들 역시 의존 콤플렉스에 흠뻑 젖을 수 있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당연히 아니다. 머리를 조금만 굴려 봐도 답은 바로 나온다. 우리나라만 봐도 1910년부터 1945년 일제강점기 당시를 가장 어두운 역사의 일부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세계사 또한 세계 전쟁이 발발했던 그때를 인류 탄생 이래 전무후무한 혼란의 시기로 기록할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교수님 말에 따르면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이 일본에 선(先)번역된 후 한국으로 수입됐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마노니의 『식민화의 심리학』이란 책 역시 그렇지 않을까? 혹여나 아직 되지 않았다면 일본 측에서 즉시 번역해 수입하길 권한다. 그네들이 지금 그토록 고집하고 있는 우경화(右傾化)와 쿵짝이 아주 잘 맞는 이론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사책을 조금만 들춰보아도 우린 금방 알 수 있다. 일본의 우경화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를. 동학 농민 운동, 광무개혁, 독립 협회, 신민회 등 1900년대 우리나라에서 “의존 콤플렉스”는커녕 반외세를 부르짖으며 자주적으로 근대화를 이뤄보려는 노력이 분명히 있었다. 다만 주변 국가들에 비해 조금 늦었을 뿐. 일찍이 메이지 유신으로 근대화를 이룬 일본은 황국신민화 정책을 통해 조선을 식민지로 삼는다. “화성인이 나타나 지구인을 식민화시킨다고 해보자. 지구인을 화성인의 문화로 친절하게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화하려는 것임을 명심하자. 그 경우 과연 기존의 인성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답은 굳이 하지 않아도 너무나 명백하다. 그리고 당시 이런 상황을 겪었던 건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닐 것이다.
1903년 일본은 오사카 내국권업박람회 학술인류관에서 타이완 고산족, 아이누인, 류쿠인 그리고 조선인을 인종전시화한 바 있었다. 사라 바트만 사건과 같이 자국민족이 아닌 다른 민족은 미개인으로 취급한 전형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이후 비난이 빗발치자 일본은 과거 일본인들이 런던만국박람회에 참석했다가 유럽인에게 전시품 취급을 당했다며 토로하고, 그 원인을 유럽에 전가시켰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일본인이 전시품 취급을 당하던 그때로 돌아가 일본에게 다음과 같이 묻고 싶다.
“백인들은 권위 콤플렉스 혹은 지배자 콤플렉스의 지배를 받고 있다. 반면에 말라가시인들은 의존 콤플렉스에 종속되어 있다. 자, 이제 만인이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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