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남은 너, 평범한 날이었어. 늘 있는 그런 퇴근길에 나는 올라있었고. 지하철에서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 그들의 지친 마음만큼이나 처진 어깨를 보고 있자니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더라. 빛에 비친 현실의 모습이 검은 유리창에 비친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랄까. 노래나 들을 요량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았어. 하필 흘러나왔던 노래가 밴드 혁오의 ‘공드리’.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이 떠오르더라.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네가 떠나버린 날 하염없이 봤었던 그 영화 말이야. 영화 첫 장면. 싱글 조엘(짐 캐리)이 출근을 하다말고 무작정 몬타우크 해변으로 향하는 것처럼 집으로 돌아온 난 양말도, 손도 씻지 않고 노트북을 켜서 영화를 찾았어. 최근 실행일이 2016년 3월 12일..
“10분 남았으니 마지막으로 답안 제대로 적었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시험 감독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새 잠 들었는지 눈을 떴는데도 몽한 기운이 가시지 않았다. 내 팔과 상체를 온 몸으로 지탱했을 책상 위에는 시험지가 펼쳐져 있었다. 시험 치는 도중에 잠을 자다니…. 그래도 오랜만이었다, 이런 기분. 조금만 움직여도 바닥을 긁어 소름 끼치는 마찰음을 만들어 내는 철쇠 의자도 내가 졸 때만큼은 조용했나 보다. 2교시 논술, 작문 시험을 앞두고 교실을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여전히 붕 뜬 기분이었다. 뒤에 펼쳐져 있는 사물함 어딘가에 마치 내 이름이 새겨져있을 것 같았다. 10분 뒤 수업 시간이 가까워오면 어디선가 “선생님 오신다!”란 소리가 들릴 법 하기도 했다. 올해로 스물여섯이 됐지만, 변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