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함께 살아온 반려자와의 사별 후 자살을 선택했다는 신문 한 귀퉁이를 차지한 어느 노인에 관한 기사, 너와 헤어져 더는 연애를 하지 못하게 됐다며 따지려 드는 어느 래퍼의 노랫말, 갓 시작한 20살 사랑에 웃고 울기를 반복하던 내 주변 철없던 친구놈들의 모습들. 난 다 안다고 믿었어. 그들이 어리석게 보였고, 난 다르다고 생각했었지. 네가 떠난 날. 부산으로 허겁지겁 내려오는데 뭐랄까. 공기 중에 떠버린 물풍선 같았어. 난 걷는데, 웃는데, 먹는데 하나도 소용이 없었어. 모든 행동이 하나같이 멍, 했어. 물풍선이 어디든 닿기만 하면 터져버릴 것 같아, 불안했지. 도움을 요청하니 친구는 그러더라. 몸 반쪽이 떨어져 나가 버린, 허전한 기분이라고. 친구야, 그때 왜 그 말은 빼먹었니. 아무도 없을 때 눈..
멀리서 번개가 치던 밤이었다. 멀리서 비구름이 서서히 몰려오는 걸 알면서도 태연히 러폐를 마셨다. 차양 아래서 평온히. 이 곳은 충분히 그래도 되는 곳이니까. 미얀마 전통 차인 러폐의 밍밍하면서도 특유의 깊은 맛이 입 안을 맴돌았다. 먼 산봉우리 너머로 시선을 던져 언제쯤 공기 찢는 천둥소리가 들려올까, 가늠해보는데 의외로 소리가 난 곳은 저 먼 산 너머가 아닌 바로 등 뒤의 시멘트 집이었다. 미얀마 현지 친구이자 우리들의 서포터인 솔리의 표정은 꽤나 심각했다. 방 안으로 들어서는 나의 인기척을 들었을 텐데도 그는 짐 싸기를 멈추지 않았다. 2주 정도 생활할 요량으로 펼쳐놓은 옷가지와 잡다한 소지품들을 닥치는 대로 가방으로 쑤셔 넣을 뿐. 5분을 갓 넘길 무렵 가방은 처음 이곳에 왔던 때보다 부풀어 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