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알면 이웃, 색깔을 알면 친구, 모양까지 알면 연인이 되는 비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 아, 이것은 비밀 시 전개에 맞춰보자면 나와 이 회사는 이제 막 이름을 알고 난 사이다. 통성명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웃이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처음이 힘들 듯, 그 이름에 익숙해지기가 꽤 힘이 들었다. 5월 26일 저녁. 첫 출근한 날로부터 꼬박 4일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4일 중 이틀은 머리가. 나머지 이틀은 몸이 아팠다. 취업계를 인정해줄 수 없다는 교수님의 단언은 칼 같았다. 최근 참석한 교무회의에서 수업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의 출석을 교수 재량으로 인정해주는 행위..
학보사 기자로 일하던 시절, 난 딱히 아무런 용무도 없이 신문사를 드나들곤 했었다. 대개 아무도 없이 공간만 휑뎅그렁하니 남겨진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곳에 감돌고 있는 종이 냄새가 좋았다. 습기를 머금듯 세월을 머금은 종이 냄새와 신문, 그 특유의 향. 빗소리가 들릴 때면 젖은 거리에서 풍기는 비내음을 맡으려 창문을 열 듯, 세월을 머금은 종이 향이 그리울 때면 아무런 까닭도 없이 발걸음을 신문사로 옮겼었다. 조그만 경제지에 입사한 첫날. 사무실을 맞닥뜨렸는데, 첫인상이 결코 달갑지 않았다. 텅 빈 사무실에 주인 잃은 채 널려있는 의자들이 눈에 거슬렸다. 정돈되지 못한 전선들이 잡초마냥 이곳저곳에 솟아나 있었다. "광화문에서 힘찬 발돋움을 준비한다!"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무채색을 띈 사무실이었다. 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