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 기자로 일하던 시절, 난 딱히 아무런 용무도 없이 신문사를 드나들곤 했었다. 대개 아무도 없이 공간만 휑뎅그렁하니 남겨진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곳에 감돌고 있는 종이 냄새가 좋았다. 습기를 머금듯 세월을 머금은 종이 냄새와 신문, 그 특유의 향. 빗소리가 들릴 때면 젖은 거리에서 풍기는 비내음을 맡으려 창문을 열 듯, 세월을 머금은 종이 향이 그리울 때면 아무런 까닭도 없이 발걸음을 신문사로 옮겼었다. 조그만 경제지에 입사한 첫날. 사무실을 맞닥뜨렸는데, 첫인상이 결코 달갑지 않았다. 텅 빈 사무실에 주인 잃은 채 널려있는 의자들이 눈에 거슬렸다. 정돈되지 못한 전선들이 잡초마냥 이곳저곳에 솟아나 있었다. "광화문에서 힘찬 발돋움을 준비한다!"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무채색을 띈 사무실이었다.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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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28. 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