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남은 너, 평범한 날이었어. 늘 있는 그런 퇴근길에 나는 올라있었고. 지하철에서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 그들의 지친 마음만큼이나 처진 어깨를 보고 있자니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더라. 빛에 비친 현실의 모습이 검은 유리창에 비친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랄까. 노래나 들을 요량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았어. 하필 흘러나왔던 노래가 밴드 혁오의 ‘공드리’.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이 떠오르더라.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네가 떠나버린 날 하염없이 봤었던 그 영화 말이야. 영화 첫 장면. 싱글 조엘(짐 캐리)이 출근을 하다말고 무작정 몬타우크 해변으로 향하는 것처럼 집으로 돌아온 난 양말도, 손도 씻지 않고 노트북을 켜서 영화를 찾았어. 최근 실행일이 2016년 3월 12일..
정녕 전 남친의 선물을 버려야 할까 헤어지고 난 후 혹은 “헤어지자”란 말을 입 밖에 내기 전날 밤 이별의 징후를 감지했을 때. 우리는 로맨틱한 사랑의 꽃 한 송이가 피었다 지는 것과는 별개로 꽤나 현실적은 문제 하나를 마주해야 한다. 전 남친 혹은 전 여친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 하는 고민이다. 정녕 우리는 다음 사랑을 기약하기 위해 전 애인과 주고받았던 선물을 대여기간이 지나 연체된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듯 돌려주어야 할까. 아니면 더는 입지 않는 옷을 헌옷수거함에 넣어버리듯 버려야만 하는 것일까. 영화 에는 이 고민을 끝까지 밀고나가 물건이나 선물 따위가 아닌 기억 자체를 지워버리는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연애 후반기. 으레 누구나 다 그렇듯 남녀 주인공 둘은 훗날 기억도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