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극작가로 꼽히는 오스카 와일드. 우리에게는 ‘행복한 왕자’란 동화로 익히 알려져 있다. 동화에는 행복한 왕자의 수하인이자 친구인 제비 한 마리가 등장한다. 미리 말해두자면 제비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귀엽고, 또 순수하다. 추운 겨울날을 대비해 미리 따듯한 나라로 가야 했지만 갈대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그 시기를 놓치고 말기 때문이다. 갈대가 바람에 너무 잘 나부낀다고, 자기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다고. 이런저런 불평을 하는 대목에서는 코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제비는 때늦게라도 이집트로 가려 채비를 서두른다. 하지만 준비를 다 마치고 막 출발하려던 찰나, 행복한 왕자의 부탁을 듣는다. 주변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조선일보 건물 6층. 어느 한 회의실. 인턴기자직 면접을 대기하고 있자니,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나를 포함해 10명 남짓이었던 것 같다. 시침이 10시도 가리키기 전, 부랴부랴 넥타이에 정장을 걸치고 온 인턴기자 지원자들. 평소 늦잠 자는 걸 즐기는 내겐 꽤나 적응되지 않는, 부산스런 아침이었다. 사실 이 자리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과분하단 생각이었다. 서류통과자 명단을 보고 뜨악했던 건, 기대치 않았지만 내 이름이 있었기 때문. 언론사에서, 미디어 계통에서 일해보고자 했던 건 사실 2년 전, 학보사에서 일하며 이미 단념했던 일.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이 자리에서 일할 사람은 널렸고, 굳이 내가 쓰든 안 쓰든 바뀌지 않는 건 바뀌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던 시절. 하지만 취업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