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력이 적게 느껴져 도리어 그들에게 미안해질 때 한식 시험장이었다. 과제는 생선전. 동태 한 마리가 수험자들에게 배부됐다.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기 무섭게, 전(全)테이블에서 일사불란한 손놀림이 시작됐다. 나 역시 동태를 씻어 적당한 크기로 손질했다. 적당량의 밀가루, 풀어둔 달걀도 알맞은 크기의 접시에 담았다. 풀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올려둔 생선전이 프라이팬 위에서 익어갔다. 노릇노릇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때 옆 아주머니의 손이 테이블 간 경계를 넘어 내가 풀어둔 계란물로 향했다. 마주친 눈은 이마에 패인 주름만큼이나 많고 자잘한 잔주름을 지니고 있었다. 아주머니와 할머니, 그 사이 어디쯤 돼 보이는 분은 애처로운 눈으로 내 눈길을 받았다. 그 눈은 분명 부탁을 구하는 눈이..
조선일보 건물 6층. 어느 한 회의실. 인턴기자직 면접을 대기하고 있자니,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나를 포함해 10명 남짓이었던 것 같다. 시침이 10시도 가리키기 전, 부랴부랴 넥타이에 정장을 걸치고 온 인턴기자 지원자들. 평소 늦잠 자는 걸 즐기는 내겐 꽤나 적응되지 않는, 부산스런 아침이었다. 사실 이 자리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과분하단 생각이었다. 서류통과자 명단을 보고 뜨악했던 건, 기대치 않았지만 내 이름이 있었기 때문. 언론사에서, 미디어 계통에서 일해보고자 했던 건 사실 2년 전, 학보사에서 일하며 이미 단념했던 일.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이 자리에서 일할 사람은 널렸고, 굳이 내가 쓰든 안 쓰든 바뀌지 않는 건 바뀌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던 시절. 하지만 취업 언..